바보들꽃

  • 주요사업
  • 희망의언덕프로젝트
  • 주요활동
  • 게시판
  • 활동가의글
  • 희망의언덕소식

게시판  활동가의 글 

번호 19
제목 캠프를 다녀와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22-01-28
조회수 32

     

19세의 국현 씨가 올해 캠프에 동행하고 난 후 작성한 감상문을 소개합니다.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온 지도 일주일이 넘게 지났습니다. 조금 쑥스럽지만, 이 기회를 빌려 간단한 소개와 제 소감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저는 캠프 준비를 위해 약 10일 정도 먼저 카트만두의 피난홈 펨바의 집에 도착해 캠프를 준비하고, 새로 지원할 아이들의 가정방문을 함께 하였습니다.

 

사각형입니다. 네팔에서의 모든 여정이 전부터 철저히 계획하였거나, 처음부터 대단히 정의로운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우연히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오랜 고민 끝에 겨우 응했고, 출발 직전까지도 그냥 가지 말까...’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프진 않을까, 춥진 않을까, 덥진 않을까 하는 큰 걱정과 작은 설렘을 떠안고 도착한 카트만두는 각종 오토바이와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이 신호등도 없이 도로에 한데 뒤엉켜 있는 굉장히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거리를 걷다 보면 죽었나 착각할 정도로 미동도 없이 드러누워 자고 있는 개들을 만날 수 있는데, 힌두 문화의 영향으로 동물을 신성시 하다시피 하는 네팔 사람들이 인도에 있는 개들을 피해 차도로 걸어 다니기까지 하는 것과 아침마다 길거리의 개들과 새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한국도 심각하긴 하지만, 카트만두의 대기 상태는 정말 좋지 않습니다. 택시 안에서도 매연과 흙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잠깐 외출하고 돌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먼지에 뒤덮여서 낭패를 본 날도 있었습니다.



시내에 나가서 도로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 소리를 듣다가 다시 간사님들과 아이들이 있는 홈에 돌아왔을 때는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매일 아이들 혹은 현지 간사님들과 함께 달밧(밥과 콩으로 만든 수프 같은 요리)과 떨까리(야채 볶음)를 먹으며 식사도 하고, 낯설기만 했던 카트만두 시내 곳곳을 다니며 적응해갈 즈음 제게 주어진 미션은 현지인 간사님 한분과 한국인 간사님 한 분이 하시는 아이들의 가정방문에 동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보들꽃이 후원하는 아이들은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안 계시는 등의 이유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서 입주 가정부와 같은 노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후원을 통해 아이들이 지원받는 것은 10학년까지의 학비, 교복, 학용품 등이며 주기적인 상황 파악으로 아이들이 심각한 가정폭력에 노출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시 구제하여 홈에서 같이 생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동행한 가정 방문은 새로 지원 할 아이들을 찾거나 또 새로 지원 할 아이들의 가정 소득 수준과 부모님의 건강상태 등 아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아이들의 집에 찾아갔을 때,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 놀랐습니다. 작은 방 한 칸에서 식구들 네다섯이 사는데 그마저도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집이 많았고, 술집 안쪽에 있는 방에서는 담배 냄새가 매캐해 숨을 쉬기가 버거울 때도 있었습니다.

 

버스와 택시를 갈아탄 후 계란 한 판을 사들고 카트만두 골목골목 깊숙이 위치한 집들을 찾아다니면서 간사님들이 아이들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에 가만히 앉아 듣는 일뿐이었습니다.

각 집의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서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들도 있었지만,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종일 일하러 나가서 혼자 집을 지키는 작은 꼬마 아이도 있었고, 엄마와 딸이 모두 입주 가정부로 일하는 집은 집주인이 나와 방해하는 바람에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돌아온 일도 있었습니다.



특히 내 또래의 누나가 어린 남동생과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은 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한국에서의 여유로운 생활 속에서도 불평불만을 달고 사는 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자,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아이들을 어려운 환경 속에 방치하는 사회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현실은 제 생각보다 훨씬 더 가혹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성실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방문이 끝난 뒤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에 앉아 홈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음이 아파 더욱 고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가난한 네팔의 젊은이들은 쉽게 만나 쉽게 아이를 가지고, 또 쉽게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나버리기에 아이들이 너무나도 쉽게 버려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이 비단 네팔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미성숙한 어른들로 인해 아이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가정방문과 캠프 준비 시간이 끝나고, 카트만두에서 6시간쯤 떨어진 도시, 포카라에서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장소를 카트만두가 아닌 포카라로 선정한 이유는 히말라야가 가까이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아이들이 자신과 자신의 나라, 네팔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며칠 비 때문에 흐릿할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야외 활동이 있는 날 날씨가 화창해졌고 덕분에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히말라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파랗고 맑은 하늘 아래서 우리들은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기도 하고, 페와 호수에서 배를 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캠프에서는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는 지난 캠프의 주제에 이어서 아름다운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합니다’(라무로 마니스 어루 마니스라이 쁘렘 거르처)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멀게는 지방에 위치한 모랑-비스람풀지역, 가깝게는 카트만두까지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6시간씩 집에서부터 버스로 이동해온 터라 힘들 법한데도 밝은 모습으로 잘 참여해주었습니다.

 

자화상 그리기, 서로(친구)의 자화상에 칭찬의 말 붙여주기, 사람들이 자신에게 했던 나쁜 말을 써 붙이고 직접 구겨 떼어버리기, 마음이 아팠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때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을 써보기 등 아이들에게 자존감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활동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수줍어하고 어색해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밝아지고 장난기가 가득 해지는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온통 까만색뿐이던 한 친구의 그림이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색, 빨간색 등 갖가지 색이 피어나는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영화를 보기도 하고, 노래에 맞춰 율동을 배우기도 하고, 하루 종일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으며 꼭 붙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서툰 네팔어와 짧은 영어, 그리고 손짓 발짓으로 하는 의사소통이 전부였지만, 말이 아닌 마음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45일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많은 정이 들어서 마지막 날 새벽 일찍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 보낼 때는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봉사를 위해 참석한 자리였지만, 가정 방문을 통해, 또 캠프에서 만난 아이들을 통해 오히려 아이들에게 제가 더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주는 만큼 단기간에 쑥쑥 자라고, 그 사랑을 다시 제게 돌려줄 만큼 멋진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가정폭력에 노출되어있다는 점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내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던 것을 가질 권리조차도 아이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캠프가 끝난 후에 개인적인 여행도 했으니 20일간 네팔에 머물렀던 셈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여 일의 시간 동안 참 많은 상황과 사람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습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은 극빈층의 사람들과 아이들,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탈 때 흔히 보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 집이 몇 채씩 있음에도 일하는 아이들의 월급을 떼어먹는 집주인들, 외국에서 이주노동을 하고 돌아와 부유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한국 사람들과 일하는 네팔 사람, 그리고 네팔 사람들과 일하는 한국 사람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또 그중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인생이 없었습니다. 머나먼 타지 네팔에서 저는 다시 한번 제 삶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이 기회가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깊이 체감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비록 아이들의 앞날에 마냥 즐거운 일만 가득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희망의 언덕이라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처럼 아이들이 혼자 오르기 버거운 이 언덕길을 우리가 함께 걸으며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첨부파일
이름 비밀번호



* 한글 1000자 까지만 입력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