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노동, 한국과는 먼 얘기?   

세계 수제 축구공의  70%  를 생산하는 파키스탄 시알코트라는 지역은 한때 '  축구공 꿰매는 아이들'  로 유명했습니다  .  어린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에  14  시간씩 바느질을 하고 받은 일당은 고작 한화로 2,000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때 공정무역 붐을 일으켰던 커피와 초컬릿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채석장, 건설현장, 면화산업, 벽돌만들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아동노동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가 우리나라와 전혀 관련 없는 산 건너 바다 건너 머나먼 어느 개발도상국의 이야기일 뿐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 얼마전 화제가 된 바 있는 '14살짜리 택배알바'와 '특성화 고등학교 실습생의 산업재해'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동 노동에 무관심 한 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동 노동 착취를 통해 생산된 제품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거리낌없이 쓰는 것 역시 아동 노동 착취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동 노동이 어느 수준인지, 우리나라의 아동 노동 현황은 어떠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실까요?

전세계 아동 노동 현황

국제노동기구 보고서(2010년 기준)에 의하면 전 세계 아동인구 약 15억8628만명 중 아동 노동인구는 약 2억1227만명 가량   입니다.

이 중에서 먼지·화염이 발생하는 일, 화학물질·방사능에 노출되는 일, 극한의 기온에서의 일 등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아이들은 1억1500만명에 이릅니다. 이 외에도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사실상 노예 상태의 가사노동, 농장일, 성적착취 상태 등에 매여 있는 아동의 숫자까지 생각한다면 아동 노동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에 반지구화론자들은 지구화의 파고가 거세진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 현저하게 아동노동이 증가한 이유가 바로 지구화 때문이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습니다.   아동 노동 착취를 일삼는 국가의 정부와 이를 묵인하는 글로벌 기업들, 그리고 아동 노동에 무관심한 우리의 잘못 으로 인해 아직도 지구상에는 학교에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고된 노동을 감내하는 아이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와 아동 노동

- 한국지폐는 '아동노동'착취로 만들어 진다

우리가 매일 쓰는   지폐가 우즈베키스탄 아이들의 노동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  , 알고 계신가요?  

9월 목화 수확이 시작되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학교 문을 닫습니다. 2011년 기준, 세계 5위의 목화 수출국인 우즈벡에서는 약 200만 명의 아이들이 정부가 통제하는 목화 농장에 동원되어 노동 착취 를 당합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단지 퇴학 당하는 것이 두려워 매일같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일을 하는 아이들은 만성적인 영양실조와 간염, 호흡기 질환 등에 시달립니다.

2008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미국의 월마트, 영국의 테스코, 핀란드의 마리메코 등의 기업들은 우즈벡 면화로 만든 직물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아디다스 그룹, 버버리, 리바이스 등이 우즈벡 면화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조폐공사는 국내 D모 기업과 합작해 우즈벡에 회사를 설립하고 면펄프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는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명백히 위반된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최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는 기업 윤리경영을 이유로 국내 D모 기업과의 거래중단 통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   12시간 일하고 5만 원…14살 짜리 '택배 알바'

최근 청소년 착취의 온상이 된 야간 택배 아르바이트에 대한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14살 짜리 택배직원과 13살 짜리 용역 브로커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사실에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아이들은 생년월일을 속이거나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업체 측에 등록하고 일을 합니다. 12시간을 꼬박 일하고 버는 돈은 5만 원으로, 최저 임금에 한 참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입니다. 일을 하다 다쳐도 신분을 속였기 때문에 상해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알바를 구해오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친구들을 끌어모으게끔 하지만 단속조차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 현장 실습 고등학생 산재사례

2011  년  12  월 국내 한 자동차업체 공장에서 특성화고등학교 학생  1  명이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  현장실습을 나온 특성화고 실습생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주말 특근과  2  교대 야간근무에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 2012  년  12  월에 울산에서 침몰한 바지선에는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들도 타고 있었습니다  .  학생들은 야간  /  휴일 근로 허락도 없는 상태에서 어른들에게도 위험한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습니다  .

아동 노동근절을 위한 노력  
국제노동기구(ILO)는 1999년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Worst Forms of Child Labor Convention)’을 제정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성매매, 강제노동, 위험한 작업환경 등 극심한 노동형태가 아니라하더라도 아동노동은 복잡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자기 가정 내에서의 노동에 종사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농업노동과 가내노동이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들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아동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은 아동노동이 집중되는 해당국에 국한되지 않고 서구에서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  에서 전개되는 경우를 먼저 살펴보면, '무역과 아동노동을 연결시키는 활동'이 대표적입니다. 무역협정에 사회적 조항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   블루라운드'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적   조항 안에는 아동노동에 관한 국제협약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NGO의   캠페인  역시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때 나이키가 인도네시아에서 아동노동을 사용한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문제 시정 요구 및 불매운동과 같은 캠페인   이 시작 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나이키는 기업 윤리 경영을 강화하여 현재 아동 노동 근절을 위한 노력을 기업차원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공정무역 캠페인이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코코아와 커피콩 수확에 아동 노동이 사용된다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코코아 공급업체와 커피빈 공급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기업차원에서의 아동 노동 근절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과 아동 전문가들이 모여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을 소개   하고 이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워크숍도 열렸습니다. 2012년 초에   유엔 전문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와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 유엔아동기금인 유니세프 등이 발표한 이 원칙은 총 10항목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아동권리와 경영원칙 10항목>

1. 아동권리를 존중하며, 아동 권리를 지원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2. 모든 기업 활동과 사업 관계에서 아동노동 철폐에 기여해야 한다.

3. 연소 근로자와 부모, 양육자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4. 모든 기업 활동과 시설에서 아동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5. 제품과 서비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서 아동권리를 지원해야 한다.

6. 마케팅과 광고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7. 환경, 토지의 취득, 사용과 관련하여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

8. (분쟁지역에서) 안전 서비스를 제공할 때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

9. 긴급상황에 놓인 아동을 보호하고 도와야 한다.

10. 아동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지역사회와 정부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활동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학교보내기 운동'입니다. 아동복지근절을 위한 노력은 비단 이러한 캠페인에 참여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차원에서 아동 노동 근절을 위해 우리가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  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바로  '윤리적 소비자 운동'  입니  다.

  이   운동은   현지에서 아동노동을 착취하는 다국적기업과의 거래를 줄이고 생산자와의 직접적인 직거래방식을 통하여 생산자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운동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을   '공정무역 상품'   이라고 하는데요,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제3세계의 아동노동 철폐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커피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와 커피콩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고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소비하는 것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한 작은 관심이 아동 노동을 근절할 수 있는 첫걸음   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오늘부터라도 함께 실행해보는게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