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네팔의 인프라 사업에 5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주기로 한 개발원조 프로그램이 네팔 내부에서 주권침해 논란을 부르며 진통 끝에 의회 상정됐다. 원조 협약을 둘러싼 미·중 대리전 양상도 불거졌다.

네팔 언론 카트만두포스트는 네팔 하원이 미국의 해외 원조기구인 밀레니엘 첼린지 코포레이션(MCC)의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승인안을 하원에 상정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양국은 네팔 정부의 송전설비 건설과 고속도로 유지보수 사업에 미국이 5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2017년 9월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오는 28일까지 의회 비준을 거쳐야 발효된다.

의회는 당초 지난 16일 이 협약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립 정권에 참여하는 네팔 공산당이 협약 비준에 반대하고 국회 밖에서는 거리시위가 벌어지면서 연기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위는 지난 20일 절정에 달해 수백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투석전을 벌였다. 경찰은 대나무 곤봉과 최루탄, 물대포를 사용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대거 발생했다. 집권 네팔의회당 대변인 프라카시 샤란 마하트는 “의회 비준은 했지만 모든 연정 파트너들이 찬성표를 던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AFP에 말했다

네팔 집권당은 MCC와 체결한 협약을 비준하면 약300km 길이의 420kV 송전선이 건설돼 2억3000만명이 직접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5년 이내에 건설될 도로와 전기 인프라로 인해 해외 전력수출의 길이 열리고 경제성장을 빠르게 이뤄낼 수 있다고 설득한다. MCC는 세계 빈곤퇴치를 목표로 하는 미국 해외 지원 기관으로 전 세계 30개국과 함께 약 13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준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협약이 네팔 국내법보다 우선돼 국가 주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한 보조금 협약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의도로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네팔에 미군이 진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앨리스 웰스 전 미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 대행, 랜디 베리 주네팔미국대사 등 일부 미국 관료들이 MCC 프로젝트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네팔은 인도의 오랜 우방이었지만 중국이 지난 몇년간 인프라 투자 사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을 앞세워 네팔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MCC 협약을 두고 미·중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루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차관보가 네팔 정치인들에게 “2월28일까지 비준을 하지 않으면 네팔과의 관계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개발협력은 어떤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네팔의 주권과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이기적인 의제를 추구하는 강압 외교와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산토시 샤르마 푸델 트리부반대 국제학과 교수는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 기고에서 “다른 나라에 아무런 의도 없이 보조금을 주는 나라는 없다”면서도 “협약 내용이 네팔 국내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국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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