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갸넨드라 왕은 18일 군 통수권을 하원에 뺏기고, 왕위 계승자 지명권까지 박탈당하는 등 권한이 대거 축소됐다.

네팔 하원은 이날 역사적인 9개항 선언을 통해, 왕의 개인 재산과 수입에 대해 과세하고, 왕궁의 예산과 시설 등을 하원이 결정하기로 했으며, 9만명 규모 국군의 공식명칭을 ‘네팔 왕립군’에서 ‘네팔군’으로 바꾸기로 했다.

세계 유일의 힌두교 왕국이라는 국가 정체도 ‘힌두교’라는 글자를 삭제, 네팔은 세속적인 국가로 전환했다.

이로써 힌두신 비슈누의 현신으로 숭배받아온 200년간의 네팔왕정 체제는 종지부를 찍고, 국왕은 상징적인 존재에 머물게 됐다.

이날 선언은 민주화 시위대의 요구를 대부분 반영한 것이다.

네팔 시위대는 지난달 왕의 절대 통치에 항의하며 20일간 총파업을 벌였고, 이에 갸넨드라 왕은 지난달 24일 행정권의 하원 이양을 선언하며 굴복했다.

이날 하원의 선언문 채택과 관련 국토의 절반 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공산반군의 지도자 프라찬다는 성명을 내고 “네팔모택동주의자공산당은 선언을 환영한다”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해온 일부 요구사항이 반영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부 내 일부 장성들은 9개항 선언 가운데 왕의 군통수권과 왕위계승자 지명권 부분에 대해 반발했다고 네팔 신문 카트만두 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2006. 5.20